70개의 크고작은 섬과 302㎞에 이르는 해안선으로 산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 경남 남해에는 300년 동안 거친 파도와 바람에 맞서 마을을 지켜주고 고기를 모이게 하는 삼동면 물건리에 위치한 물건방조어부림(勿巾防潮魚付林)이 있다. 남해 12경중 10경인 물건방조어부림은 바닷가를 따라 초승달 모양으로 길이 1,500m, 너비 약 30m로 면적이 무려 23,438m나 되며 부락민들의 공공소유로 되어 있다. 나무의 높이는 대체로 10∼15m이며 상층목이 약 2,000그루이다. 이곳에는 팽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푸조나무 등 낙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 수종만도 100여 종류에 달해 마치 나무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빼곡하게 들어선 1만여그루 나무는 깊은 산중의 느낌을 자아낸다.
약 300년 전 마을사람들이 방풍과 방조를 목적으로 심었는데, 마을사람들은 이 숲이 해를 입으면 마을이 망한다고 믿어 잘 보호해 왔다. 일제강점기 말엽 일본인들이 목총을 만들기 위해 이 숲에서 7그루의 느티나무를 자르려고 했을 때 마을사람들은 '숲을 없애겠다면 차라리 우리를 죽여라'고 맞서 이 숲을 보호한 일도 있다. 이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전주 이씨 무림군(茂林君)의 후손이 이곳에 정착해 방풍림을 조성했다고 하며 19세기 말쯤 이 숲을 벌채하였다고 한다. 벌채후 폭풍우가 닥쳐 많은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숲을 헤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한 가지의 나무도 함부로 베는 일 없이 숲을 지켜오고 있다. 숲 속에 서 있는 이팝나무의 노거목은 서낭당나무로 되어있고, 음력 10월 15일에는 제사를 올려 마을의 평안을 빌고 있다.
산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동글동글한 몽돌밭을 따라 펼쳐진 해안은 여인의 허리처럼 한껏 휘어진 모습이 장관을 이루며 남해 바다를 향해 가지를 뻗은 나무들은 남해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당당한 모습이다. 물건리는 방조어부림을 경계로 등대가 있는 포구와 논밭이 있는 물건마을로 나뉘어진다. 독일마을에서는 물건마을과 방조어부림, 그리고 포구를 한꺼번에 펼쳐 볼 수 있다.
부르기 어렵고 복잡한 이름의 물건방조어부림은 다른 세가지 이름이 있다.
첫째, 거칠고 거센 바닷바람을 막아준다고 하여 방풍림(防風林)이며,
둘째, 쉴새없이 달려드는 파도에 의한 해일이나 염해ㆍ조수를 막아준다고하여 방조림
셋째, 숲의 초록빛이 남해를 떠도는 물고기떼를 불러들인다 하여 어부림(魚付林)이다.
독일마을이 위치한 물건리는 동쪽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아침 일찍 와서 일출을 보거나 저녁 해질때 와서 월출을 보는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동해안에서 일출이라면 정동진을 떠올리지만 남해안에서의 일출은 물건리 일출이 유명하다 한다. 그래서 새해 첫날 새벽은 일출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물건리는 인산인해로 넘쳐난다.